스토리
19세기 중반의 영국, 당대 최고의 작가로서 부와 명성을 누리고 있는 찰스 디킨스. 문학 작품들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로 칭송받는 작가 그 이상으로, 그는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개혁, 빈민 아동들이나 사회 범죄 등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개혁을 부르짖는, 사회 활동가에 가까운 작가입니다. 어느 날 그는 젊고 아름다우며 예술과 연극을 이해하는 넬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디킨스는 그 때 이미 아내와 여러 명의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었고, 거리에 나서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몰려들곤 하는 유명인사,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그가 혼외 스캔들을 일으키게 된다면 결코 조용히 넘어갈 수 없는 크나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 뻔합니다. 물론 그가 가진 명예도 부도 잃게 될 것입니다. 이에 찰스는 애정이 없는 아내였지만 세간의 시선이 두려워 이혼은 하지 않은 채, 아내의 처소 출입문을 나무 판들로 봉쇄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주간지에 공개적으로 기사를 내어, 자신과 아내는 협의하에 별거하기로 하였고 세간에 떠도는 어느 젊은 여자와의 루머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밝힙니다. 결혼 생활의 파탄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며 회피하고 치졸한 변명으로 일관했던 것입니다. 실제 찰스 디킨스의 여러 작품들에서 뿐만 아니라,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으니, 세상이 알고 있는 찰스 디킨스 및 그의 문학 작품들과, 그의 가정 안에서의, 깊게 숨겨진 곳에서의 찰스 디킨스는 아주 달랐던가 싶습니다.
“가난하고 고통받고 박해 받는 사람들을 동정했으며”
이러한 공개서한을 통해 넬리 또한 디킨스의 아내 캐서린만큼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거부당하였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현재 시점의 넬리입니다. 그녀는 조지와 결혼하여 바닷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평범한 아내이자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과 행동 속에는 말로 하지 못할 지난날의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포함하여 학교 아이들에게 연극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넬리는 오래전, 활동하던 시절, 찰스 디킨스와의 사랑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참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 넬리는 어머니, 그리고 두 언니와 함께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였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공연을 통해 찰스 디킨스를 만나고 그의 재치 있고 열정적인 성격에 매료됩니다. 디킨스 또한 넬리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27살이나 어린 그녀와 문학적으로 또 지적으로 교감하며,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디킨스의 명성과 사회적 지위로 인해 디킨스는 넬리를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숨기고 때로 노골적으로 그녀의 존재와 그녀와의 관계를 부정하곤 합니다. 넬리는 사랑받고 있어도 동시에 그 존재가 부정당하는, 모순적인 자신의 삶 속에서 고통받고 상처받습니다.
영화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통해 시대의 불편부당한 도덕성, 남녀 간의 사회적 차별, 존중 받지 못하는 여성의 고통스러운 자아 등이 어떻게 다루 어지는가를 보여줍니다. 13년 동안의 숨겨진 사랑 끝에 찰스 디킨스가 사망하고, 넬리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만, 그녀 안에는 여전히 과거의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등장인물
- 넬리 터넌 (Nelly Ternan, 펠리시티 존스 분) : 젊고 재능 있는 무대 배우로서 우연한 기회에 당대의 유명 작가 찰스 디킨스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그의 비밀 연인이 됩니다. 혼외 불륜에 대한 따가운 사회 시선과 더불어 연인인 디킨스의 유명세 탓에 자신은 아예 존재조차 숨긴 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한 삶 속에서 넬리는 한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정체성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겪습니다. 이 영화는 그러한 그녀의 내면적 고뇌를 섬세하게 조명하며 잔잔하게 풀어 나갑니다.
-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랄프 파인즈 분) : 19세기 영국의 국민 작가로, 엄청난 사회적 인기를 누리며 명성과 부를 얻었으나 그의 결혼 생활이나 넬리와의 숨겨진 사생활은 행복하지도 간단치도 않았습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잃고 아내와의 관계가 한참 멀어진 상태에서 넬리를 만나고 지적이고 아름다운 넬리에게 반해 사랑하게 됩니다.
- 캐서린 디킨스 (Catherine Dickens, 조애나 스캔런 분) : 찰스 디킨스의 아내이며,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 점차 소외되어 외면받았고, 남편의 외도 앞에서도 눈물로 침묵을 지킬 뿐, 이혼하거나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살아갑니다. 남편에 의해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제거된 삶을 살아갑니다. 그녀의 슬픔과 고통은 19세기 중반 대부분의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 위치와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 평가
찰스 디킨스 역을 맡은 랄프 파인즈가 제작과 연출에 깊이 관여하며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영화이며 그의 이름값에 걸맞은 열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펠리시티 존스가 숨겨진 여인, 넬리 역을 연기하였습니다. 19세기 중반이라는 시대 배경과 더불어 시대적 억압 속에서 무명의 연극배우였던 한 여성의 고뇌와 자아를 서정적인 영상미, 절제된 연기, 시대적 분위기를 세밀하게 그려낸 미장센 등으로 그려냅니다. 어느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이 영화는 ‘보이는 위선과 보이지 않는 진실’을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시처럼 잔잔하고도 묵직한 감동 속에 펼쳐 보입니다.
문학 작품이 음미나 오락, 혹은 감동의 대상을 벗어나 사회도덕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가족의 가치,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수준으로까지 격상시킨 작가였으나. 그의 숨겨진 삶 뒤에는 당대 자신이 끼친 윤리의식 고양과는 거리가 먼, 위선과 이중성의 삶을 살았음을 잘 드러내고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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