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평생의 직장에서 은퇴,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사랑하는 딸의 결혼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고 또 동시에 고통스러운 삶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줄거리
생명 보험 회사에서 평생을 보험 계리사로 일하다가 은퇴한 워런 슈미트는 해야 할 일이 없어진 노년의 일상이 무료하고 무의미합니다. 혹시 자신의 후임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퇴직한 회사에 방문을 했지만 이제 그는 회사에서도 후임에게도 별 쓸모가 없는 존재임이 드러납니다. 한편, 남편의 은퇴를 기다리며 캠핑 카를 마련해 놓았던 아내마저 어느 날 아침 뇌출혈을 일으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고 맙니다. 함께 여행을 하며 신나게 은퇴 후를 지내보자고 대형 캠핑 카를 구매한 바로 직후였습니다. 아내가 살아 있었을 때에도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아 적막하고 외로웠던 워런은 아내가 죽은 후부터는 그야말로 일상이 공허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TV에 나온,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6살 먹은 고아 소년에게 후원금을 보내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편지들을 적어 같이 보내기 시작합니다. 슈미트에게는 외동딸이 하나 있었고, 곧 다가오는 딸의 결혼식에 참여하여 지난 시간동안 하지 못했던 관계 개선이라도 해보자고 마음먹습니다. 슈미트는 아버지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캠핑 카로 길을 떠나 딸의 집이 아닌, 사돈이 될 로버타의 집에 머물게 됩니다. 평생 못해오던 아버지 노릇을 이제라도 해보려는 아버지 슈미트와 달리, 다 커서 결혼하려는 딸 지니는 평생 자기 일에만 몰두해 오던 아버지의 충고나 걱정이 뜬금 없이 느껴졌고, 그저 부담스럽고 귀찮기만 한 상황입니다. 돌아가신 엄마의 장례식 동안에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무심한 행동들도 아버지에 대한 실망만 더 크게 했을 따름입니다.
실제로 슈미트는 40여 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던 그의 아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직업도 그리 좋지 못한 데다가 허황한 다단계 비즈니스를 진심으로 투자로 믿고 있는 사위가 슈미트 로서는 불안하고 못마땅합니다. 심지어 사위의 외모조차 슈미트의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딸은 자신의 선택을 의심 없이 믿고 있습니다. 결혼을 다시 생각하라는 아버지의 충고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느낍니다. 결혼식을 코 앞에 두고서 남편이 될 사람과 크게 부딪히고 의견 차이가 심했지만 그래도 결혼을 재고하지 않고 일정대로 밀어붙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과는 많이 다른, 새 사돈의 가정환경과 분위기에 대해 슈미트는 걱정이 많습니다. 아예 결혼을 미루든지, 아니면 아예 결혼 자체를 재고하라고도 그는 딸에게 말해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슈미트 자신의 결혼 생활이 어떠 했는지에 대하여 아내가 죽고 없는 지금에 와서 결혼을 앞둔 딸에게 속속들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딸은 결혼식을 올리고 슈미트는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탄자니아의 은두구에게 자신의 삶은 이루어 놓은 게 없는 무의미한 것이었다고 털어놓는 편지를 써 보냅니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집으로 돌아온 후, 슈미트는 은두구로부터 편지가 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편지는 아직 어린 은두구를 키우고 있는 수녀원의 수녀로부터 온 것이었습니다. 슈미트는 은두구가 직접 그린, 서로 손을 마주잡고 즐겁게 웃고 있는 자신과 은두구의 크레파스 그림을 보고서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등장 인물
- 워런 슈미츠(잭 니콜슨 분): 슈미트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에 아내의 유품 속에서 수 십 년 전에 아내가 다른 남자로부터 받은 연애 편지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분노를 누를 길이 없습니다. 아내와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아내의 불륜 상대가 자신의 절친이었기에 슈미트는 그 친구를 찾아가 주먹을 휘두릅니다. 영화 후반부에 슈미트는 하늘의 별을 보며 아내 역시 자신처럼 외로웠고 고독했으리라 깨닫고, 아내의 용서를 빕니다. 자칫 우울하고 비관적이기만 할 듯한 영화이지만 잭 니콜슨의 연기력은 역시 훌륭하고 흡인력이 강합니다.
- 지니 슈미츠(홉 데이비스 분) : 잭 니콜슨과 케시 베이츠라는 어마 어마한 두 배우 사이에서 허약하고 불안한 내면을 갖고 있지만 결혼이든 부녀 관계이든 자신의 판단과 결정대로 삶을 살아내려는 딸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합니다. 그녀의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에서 영화를 보는 이들은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결혼이 그녀의 희망처럼 오래 가지도 안전하지도 못할 것임을 말입니다.
- 로버타(캐시 베이츠 분) : 로버타는 곧 지니와 결혼하게 되는, 자신의 아들 랜들에게 별로 상식적이지 않아 보이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는 랜들이 5살이 될 때까지도 모유 수유를 계속 했던 덕분에 랜들이 지금의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났다고 믿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랜들의 장인이 될 슈미츠에게 성적으로 추근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선을 넘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를 그래도 코미디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장면입니다.
작품 평가
1996년 출판된 동명 소설에서 대략의 줄거리를 따와서 2002년에 영화로 제작하였습니다. 굳이 영화를 분류하자면 코미디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흐름은 웃음을 주는 요소들 보다는 우리 삶의 아슬아슬한 현재, 별다른 의미가 없었던 지나간 과거, 그리고 괜찮을 거라고 우겨야 하는 불안한 미래를 잔잔하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어바웃 슈미트'는 평단의 평가도 높은 편이며 흥행 면에서도 제법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인생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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