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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 건강, 삶

영화 ‘세 자매(2021)’ – 세 자매가 나누는 과거의 상처와 오늘.

by 킴젬프 2025. 6. 14.

영화 '세 자매' 포스터
영화 '세 자매' 포스터

 
 
 

가끔 끝까지 마저 다 보아 내기가  어려운 영화가 있습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리고 그 현실을 너무나도 잘 그려내서,
끝으로 우리의 삶이 그래서는

안되기 때문에 그저 영화임에도  보아 넘기기 어렵습니다.  
영화 ‘세 자매’가  이러한 범주에  모두 들어갑니다.

 

스토리

 
큰 언니 희숙은 영화를 보는 이를 아주 불편하게 합니다. 이런 성격의 사람이 우리 주변에 없는 것은 아니되, 도대체 어쩌다가 저 지경까지 자기 자신을 바닥으로 끌어내려 놓고 살 수가 있나 의아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는 가정 폭력을 당하며, 본인이 꽃집을 운영하여 벌어온, 얼마 안 되는 돈도 빼앗기며 살다가 현재 별거 중입니다. 하나 있는 딸은 참 별 볼일 없는 남자친구에게 만나달라고 구걸하면서, 집에서 엄마에게는 더할 데 없이 거친 욕을 날리고 폭언을 일삼고 가출하겠다고 엄마를 협박하는 딸입니다. 희숙은 오히려 그런 망나니 딸의 눈치를 살피며 기분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어이없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까운 여동생들에게도 희숙은 늘 미안하다, 죄송하다, 내 잘못이다,를 습관적으로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러다가 아무도 없이 혼자 있는 순간, 남의 눈에 띄지 않을 몸 깊은 곳에 자해를 합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자해를 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고 답답한 속이 뻥 뚫리기 때문입니다. 희숙은 몸이 아픈데도  미루고 미루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 결국 암이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둘째 미연은 교회 집사로서 합창단 지휘자이며, 자상한 대학교수 남편을 두고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 여유롭고 남부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교양 있고 젊잖은 태도와 복장으로 어떤 경우에서든 우아하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삶은 미연이 애써 꾸미고 있기 때문일 뿐이고,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위태롭기 그지없는 미연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개신교 신앙 한 가지뿐입니다. 남편은 교회 성가대 소속의 젊고 예쁜 여대생과 교회 지하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아내 미연에게 발각되자 되려 아내를 욕하고 미연에게 손찌검을 하고는 집을 나가버립니다.  미연의 아이들이 식사 시간에 미연이 언제나 강하게 요구하는 식전 기도를 하려고 하지 않자 미연은 아직 어린 딸에게 소리를 지르고 방에 가두어버리는 벌을 내리기도 합니다.   
 
더불어 미연은 언니인 희숙이 여러 방면으로 모자라고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언니를 창피해합니다. 게다가 동생인 미옥은 술에 취해 아무 때나 전화를 걸어와  횡설수설 술주정을 늘어 놓기 일쑤입니다.  그럼에도 미연은 교회에서 집사로서, 자신의 가정에서 엄마와 아내로서, 늙은 부모에게는 성공하여  잘 사는 딸로서, 자신이 그리는 완벽하고 나무랄 데 없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삶은 결코 위선이나 가식이 아니며 그야말로 진실하고 바람직한 신앙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 자매 가운데 막내 딸 미옥은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극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나 슬럼프에 빠진 후로 술에 의지해  남들에게 술주정을 일삼고 살아갑니다. 미옥은 나이 많은 야채 도매상과 결혼하였는데, 그녀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으로부터 돈 때문에 결혼했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입니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남편이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따위는 모르는,  그러나 가진 돈은 좀 있는 남자….로 간주합니다. 미옥은 남편이 예전 결혼에서 낳은 고등학생 아들 하나와 함께 살고 있으나 살림에도 양육에도 진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고등학생 아들에게 엄마 노릇을 하고 싶다는 욕망은 작지 않아, 술에 취한 채 아들의 학교로 찾아가 자신도 엄마이므로 아들의 진로 상담을 해달라며 고래고래 술주정과 구토를 해대는 지경에 이릅니다.  큰언니 희숙이  어떤 이유로 자존감 제로의 상황이 되었는지 알기 어렵고, 둘째는 무엇을 위해 자신의 외적 삶은 백화점 디스플레이처럼 꾸미면서도 내적 고통은 외면하는지, 셋째 미옥은  왜 술주정을 일삼아  굳이 자신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드는지 딱히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세 자매가 한결같이  일정 부분이 망가진 채, 비상식적이며 극단적이고 정상에서 벗어난 삶을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 근본 원인이 드러납니다.  세 자매는 아버지의 생일날을 맞아, 아버지 생일 파티를  열기 위해 가족들과 동네 목사 등 수 십여 명이 커다란 식당에 모입니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는 교회의 장로로서 열렬히 기도하며  자신은 그저 세 딸들의 행복을 바란다고 외쳐댑니다.  그렇지만  그 아버지의 젊은 날, 즉 세 자매와 막내 남동생이 아주 어린 시절에  아버지는 술에 취해 밤마다 온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러온 가정폭력범이었던 과거가 밝혀집니다.
 

등장인물

 
희숙 (김선영 분) : 과도하게 위축되어 매사 정상적인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앞뒤 생각없이, 반항아 딸의 남자 친구를 찾아가서는  딸을 만나지 말아 달라며 무릎을 꿇고 앉아 울면서 빕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딸은 엄마를 혐오합니다.  근거 없이 희망적이었다가는 문득 뜬금없이  딸에게 매달리며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하소연합니다.
 
미연 (문소리 분) : 자신이 이를 악물고 쌓아 올린 가정과 종교 생활이, 남편의 불륜으로, 그것도 교회 내부 자신이 지휘하는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어린 여대생과의 불륜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면서 그간의 자신을 다 내던지고 맙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가 하라는 기도를 거부하는데, 미연은 이래저래  여지껏 간신히 억누르고 참으며 살아왔던 자기 내부의 폭력성과 파괴성을 터뜨리며 폭발합니다. 불륜 상대녀에게는 직접적으로 육체적 폭력을 가하여 병원으로 보내버립니다. 남편에게는 자신과 이혼하게 되면 당장 자신에게 갚아야 하는 큰돈이 수중에 있느냐... 고 협박합니다. 영화의 후반부, 반성도 사과도 없이, 그저 열렬히 기도하는 것으로 얼버무리는 장로라는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오래 전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하라고 소리치며 울부짓습니다.
 
미옥 (장윤주 분) : 글을 쓰는 작가지만 미옥은 우리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지성이나  상식적인 교양을 갖추고 있지 못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늘 과자 부스러기를 우적우적 씹어대며, 다소 요란한 복장과 일견 몰상식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남동생에게는 애틋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줍니다.           
 

작품 평가

 
세 명의 여배우 모두 가히 독보적이고 비교 불가한 연기력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연기파 배우 문소리와 김선영 그리고 전문적인 패션모델이 직업인 장윤주까지, 세 여배우의 열연으로 누군가의 현실을 고스란히 영화로 재연하여 보여줍니다.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신질환 탓에 문밖출입도 어려웠던  막내아들 진섭이 아버지의 생일 파티장에 조용히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눈 감고 기도하는 아버지 머리에 소변을 갈겨 버립니다. 영화계는 온갖 여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안겨 줌으로써 주연 여배우들의 열연에 제대로 화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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