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요 스토리
영국 런던의 가족법 전문 고등법원 판사인 피오나 메이(Fiona Maye)는 법과 종교적 믿음이 서로 충돌할 때 법이 우선이다, 혹은 죽음마저 무릅쓰는 종교적 믿음이 우선이다, 하고 둘 중에 하나를 골라 손쉽게 판결을 내려 버리지 않는 판사입니다. 무엇보다도, 영국의 아동법은 아동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주인공 메이 판사는 법정에 앉아서가 아니라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며 어떤 판결을 내려야 법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아동 자신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난 후에 판결을 내리는 판사입니다. 물론 메이는 매우 이성적이고 엄격한 성격이며 원칙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위급한 아동 보호 사건들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자신의 판결이 아이들의 생명과 복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커다란 책임감과 사명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직업에 대한 그녀의 이런 헌신적인 자세는 늘 시간에 쫓기는 일상을 동반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랑하는 남편과는 함께 다정함을 나눌 시간도 뭔가를 같이 할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이제 둘의 관계는 자꾸만 멀어지게 되었고, 남편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 줄 다른 사람을 찾아 가출하고 맙니다.
남편과의 삐걱거리는 사생활의 와중에서도 커다란 한 가지 사건을 맡게 됩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17세 소년 아담 헨리(Adam Henry) 케이스입니다. 당장 오늘 내일 생명이 위험한 단계에서 소년을 살리려면 즉각적인 수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호와의 증인을 믿고 있는 아담과 그의 부모는 신앙을 이유로 내세워 아담에 대한 수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거부의 대가로 아담이 목숨을 잃는다 해도 말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병원으로서는 아동보호법에 따라 수혈을 허락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을 하게 됩니다. 수혈만 하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개인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메이 판사에게 바로 이 사건이 배당되면서 영화는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메이는 아직 성년이 되기 못했기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아담의 상황, 그러나 충분히 자신의 인생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는 성숙해 있을 나이라는 점, 무조건 배제할 수만은 없는 종교적 신념 등등, 관련된 모든 부분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메이의 마음 속에는 직접 병원을 방문해 아담에게 정말로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혹여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부모의 가치관, 부모의 종교관에 그대로 매몰되어 있는 상태가 아닌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겁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지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으로 서로가 크게 동감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아담은 병원으로 자신을 찾아와 준 판사와 여러 가지로 소통이 되고 교감을 나누게 되자 단박에 호감을 품게 됩니다.
메이는 결국 수혈을 허용하도록 명령을 내리며, 그 덕분에 아담은 목숨을 건지고 차차 회복됩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아담에게 큰 혼란 속에 빠집니다. 수혈을 받아 살아기는 했지만, 자신의 신념은 무너져버렸고, 삶의 의미에 대해 또 다른 갈등에 빠져 방황하게 됩니다. 그는 메이에게 계속적으로 편지를 보내면서 직접 찾아가 만나기를 원하지만, 아담의 엄마 뻘의 나이인 메이는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아담에게 거리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순간, 아담의 병이 재발하였고 아담은 이번에는 수혈을 거부하고 성인으로서 법적으로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 내립니다. 자신에게 거부당한 채로 아담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메이는 충격과 죄책감, 그리고 동시에 커다란 슬픔에 빠집니다.
주요 등장인물
1. 피오나 메이 (Fiona Maye 엠마 톰슨 분)
영국 고등법원의 가족법 판사로 열연하며 냉철하게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며 원칙을 고수하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탓에 과도하게 업무에 충실하다가 남편과의 관계에서 위기를 맞습니다. 여호아의 증인의 신자이자 백혈병 환자로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아담의 사건을 맡으면서 인간적인 갈등과 직업적인 회의까지 직면하게 됩니다.
2. 아담 헨리 (Adam Henry 피온 화이트헤드 분)
17세의 매우 지적이고 감성이 충만한 소년으로 등장합니다.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수혈을 거부하는 신앙 탓에 백혈병으로 사망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자신의 사건을 맡은 판사 메이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난 이후 내적 혼란을 겪습니다. 살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생명에의 의지와 동시에 깊은 신앙적 믿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백혈병이 재발하자 이미 성인이 된 그는 수혈을 거부합니다.
3. 잭 메이 (Jack Maye, 스텐리 투시 분)
피오나 메이의 남편이며 대학교수로 등장합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아내의 무관심에 점차 거리를 두게 되고 아내 앞에서 대놓고 외도를 하겠다고 선언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아내가 부부로서 당연한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를 외면하고 남편인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고 인간적인 교류와 소통을 향한 절박한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메이로 하여금 남편과도 갈등하고 엉뚱하게 매달려오는 아담과도 결코 연결되지 못하는 그녀의 상황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역할입니다.
영화 총평
‘칠드런 액트’는 최고의 여배우 가운데 하나인 엠마 톰슨의 절제된 감정 연기가 재판장에서의 사려 깊고 노력하는 판사로서 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성인 여성의 하나로서 빛을 발하는 영화입니다. 이언 매큐언의 탄탄하고 깊이 있는 각본 또한 관객들에게 도덕적 딜레마와 더불어 인간적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고 고통받는 것에 대해 조용히 묻고 있습니다. 별다른 이야기의 뒤틀림도 없고 극적인 반전 같은 요소도 없이 조용하지만 짙고 강렬한 진동을 오래 남기는 드라마입니다.
[이전글 보기] - ‘The Professor and the Madman(2019)’ – 천재성과 광기의 합작품으로 탄생한 영어 사전
‘The Professor and the Madman(2019)’ – 천재성과 광기의 합작품으로 탄생한 영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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