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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건강, 삶

영화 ‘아마데우스(1997)’ 안타까운 마마보이의 요절

by 킴젬프 2024. 4. 10.

부모의 극성으로 완성된 천재성이 그 극성 탓에 일치감치 부숴진, 어린 모짜르트

 

 

천상의 음악을 만들었다는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에게 헬리콥터 맘 방식의 유아교육부터 시작해서 일하며 사는 곳, 재정상황, 결혼 상대에 이르기까지 아들의 삶을 구속하고, 결혼 후에는 며느리의 살림살이 방식에까지 간섭과 잔소리를 계속한 그의 아버지 레오볼트 모짜르트는 모짜르트에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모짜르트를 죽게 했다고 신부에게 고백하는 궁정음악가 살리에르의 고해성사 속에서 아버지 레오폴트는 그야말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들의 천재성을 일찌감치 발견하여 자신의 경력을 적당히 포기하면서까지 아들의 성공만을 위해 달렸으니 극히 훌륭하고 감사히 여겨야 하는 아버지였을까요?  성인이 다 된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왈가왈부하며 매사에 개입하고 아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부담스럽고 불편한 아버지였을까요?

 

레오폴트는 아들 볼프강이 아주 어릴 때부터 아들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평범하고 별로 전망도 없는 음악 경력을  포기하면서 아들의 성공적인 음악계 데뷔를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유럽 각지로 연주 여행을 하도록 해주었고, 궁정에서 어린 모짜르트가 연주할 수 있도록 해서 그의 이름을 일치감치 세상에 알리도록 애를 씁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천재성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것도 살리에르의 입장에서 보면 부럽기 그지 없었던 것이었고, 아들이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도록 했던 것도 여러 면에서 바람직한 일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어쩌면  음악가로서의 능력이 한참 부족했던 아버지에게 아들이 갖고 태어난 천재성은 자신을 아들에게 그대로 투영하여 새롭게 만들어내고 싶었던 아버지 자신의 삶은 아니었을까요 ?  

 

극성스러운 아버지의 뜻대로 아들은 나름 작은 성공을 이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다 자라나 성인이 된 후에도 아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독립된 존재로, 나와는 별개의 의지와 판단력과 별개의 삶을 가진 인격체로 대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평생을 자식에게 바친 부모라면 대개의 경우 그런 모습을 보이게 마련이기도 하겠습니다.   희생과 포기의 댓가로서 아들의 성공을 바라는 것이 동시에 마치  부모 자신이 성공한 것과 같은 만족을 주기 때문일 겁니다.            

유래가 없던 천재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사사건건 아들의 삶에 끼어 들어 자신의 의견대로 아들이 살아가기를 요구합니다.

 아들에게 아버지 자신의 일생을 희생해서 아들의 음악적 명성을 시작하게 해 주었음을  상기시키고, 아직은 오지 말라는 아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아들의 신혼집에 나타납니다. 좁은 신혼집에 함께 살면서 아버지는 며느리의 게으름을 비난하고 집이 지저분하다, 아들을 제대로 먹이지 않는다, 하면서 마찰과 갈등을 일으켜 아들을 힘들게 합니다. 

 

이미 아들보다 세상을 미리 살아본 부모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한편으로는 그래야만 하는 당시 상황 탓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린 아들, 젊고 미숙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더 나은 것들을 평생 누리게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니까요.

 

영화에서 레오폴트는 심지어 사망한 후에도 아들의 삶에 끼어들어 아들의 일상을 뒤흔들고, 아들이 죄책감에 억눌려 정상적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마치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온 것처럼 살리에리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대로 복장을 하고 나타나 작곡을 의뢰한 후에 몸이 아파도 잠시도 쉬거나 멈추지 말고 의뢰 받은 곡을 완성해 내도록 밀어 부치기 때문입니다.

 

이미 천재로 태어났다면 어떻게 하여도 그 천재성이 나타날 터인데, 그래서 천재인 것인데도, 부모는 있는 그대로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이름을 날리도록 공부를 시키고, 데뷔를 시키며 결국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야만 끝이 납니다.  자식의 속마음이나 욕구보다는, 부모인 내가 더 잘 알고 내가 개입해야 그 천재성이 천재로서 발현하는 것이라고 믿어서 이리라고 봅니다. 

 

이 글의 주제와는 상관 없지만, 그러고 보니 감히, 우리 인간은 주제넘게도, 신이 내린 선물을, 엉뚱하게도 그의 아버지가, 그리고 주변의 어떤 한 인간이 너무 일찍 깨부숴버린 셈이네요.  신을 믿는 사람들은 그마저도 신의 계획, 신이 원하던 바였다고 하겠습니다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