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실제로 12년 간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이가 어린 배우는 성장해 가고 청년 나이의 젊었던 배우는 중장년으로 늙어가는 모습을 이 영화 한 편 안에서 그대로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야말로 실시간의 삶들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촬영하였기 때문입니다. 영화 제작 역사상으로 극히 드물고 상징적인 영화입니다.
'보이 후드'의 줄거리
영화 초반부에, 어린 두 아이의 엄마 올리비아는 나가 놀자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엄마로서의 책임, 엄마로서의 의무를 소리치며 싸우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친부가 그랬듯이 남자친구 역시 부모로서의 의무와 책임 따위는 가볍게 외면합니다. 결국 아이들은 원치 않는 이사를 하고, 급작스러운 전학을 되풀이합니다.
어느 날에는 입고 있는 옷 그대로 살던 집에서 도망치기도 합니다. 두 번째 결혼도 전혀 아름답지 않게 끝나지만 올리비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심지어 얼핏 스쳤던 사람에게도 최고의 칭송을 받고 존경을 받습니다. 다만 그녀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아이들의 친부, 재혼했던 남편과 자식들)은 올리비아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며 딱히 남달리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친부, 메이슨 시니어는 가정에 정착할 뜻이 없는 사람입니다. 책임지어야 할 아이가 생겨나자 가정을 버리고 사라집니다. 그래도 기회가 되는대로 찾아와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나름 아빠 노릇을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올리비아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대하며, 혼자 고생하는 올리비아에게 재정적인 지원 따위는 할 생각도 없으면서 말만 앞서는 사람입니다.
대학 교수인 두 번째 남편 빌은 아이들의 친부와는 달리 매사 계획을 세우고 책임이나 의무만을 중요시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린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어린아이들을 늘 추궁하며 생활을 통제하고 억압합니다. 어린 메이슨을 헤어숍에 데려가 교도소 죄수와 같은 스타일로 머리를 밀어 버리게 하는 장면에서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알코올에 중독되어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쓰레기 남편일 뿐입니다. 올리비아는 아이들과 맨몸으로 탈출합니다. 끝내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올리비아에게 이라크 전쟁에서 갓 돌아온 젊은 제자가 다가서자 그녀는 다시 결혼합니다. 이 세 번째 남편은 이미 십 대 후반의 다 자란 아이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는’을 연발하거나 ‘진짜 남자다움’이 무엇인지 가르치려 듭니다.
역시나 오래가기 어려운 결혼생활입니다. 막내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떠나는 파티에서, 올리비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네 번째 남자가 등장합니다. 현실의 모든 것이 다 변해가고 달라지며, 이제 빈 둥지이지만 삶은 계속되니까요. 성인이 된 메이슨이 드디어 친부에게 묻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엄마 올리비아는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갖고, 평생 노력하며 아이들을 키워내는 등 제법 성공에 가까운 삶을 살았지만 막내아들을 대학으로 떠나보내면서는 눈물을 보입니다. 그저 아들과의 이별이 슬퍼서가 아니라, 삶에는 그래도 뭔가가 더 있을 줄 알았다면서.
주요 등장 인물
-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 분) : 영화의 주인공이며 6살 때부터 시작해 성인이 되는 18살까지 성장 과정을 모두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열심히 살아나가는 모습입니다.
- 올리비아(패트리샤 아퀘트 분) : 메이슨의 어머니인데, 싱글맘으로서 아이들을 키우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학업과 커리어를 쌓기 위해 애쓰는 인물입니다. 자녀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주려 노력하는 엄마이며 동시에 어려운 현실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에 고민하고 애쓰는 모습을 잘 그려냅니다.
-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 분) :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 메이슨의 아버지로, 이혼 후에도 자녀들과의 유대를 유지하려 나름 애쓰는 인물입니다. 아들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건네며, 메이슨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사회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이 영화가 그토록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 자연스레 수긍이 갑니다. 평범한 한 가정 4명의 12년 간의 삶을 통해서 현대 미국 사회의 정치, 종교, 전쟁, 남미 이민, 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 청소년 문제, 교육, 이혼, 심지어 총기문제까지 거의 모든 것들을 총망라하여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잔잔하게 보여 주면서 무언가를 주장하거나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그저 보고 느끼고 깨닫게 하면서 영화는 심심하게 막을 내립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실험적인 연출 방식과 출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보는 이들을 몰입하게 만들며, 우리가 실제 겪고 있는 현실에서의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그대로 담아내 영화로 제작한 것입니다.
비평가들은 '보이후드'가 삶의 현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고 평합니다. 감성적이면서도 영화적 과장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들의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엄마 역의 패트리샤 아퀘트는 극찬을 받으며 그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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