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화를 고를 때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누구인지가 하나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가 출연한 영화라면 머뭇거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쿠바 구딩 주니어까지 합류한 영화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판단 기준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한 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입니다.
영화의 주요 줄거리
극심한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작가 멜빈 유델은 이웃집 화가 사이먼의 말대로 그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 못합니다. 직업이 로맨스 소설 작가이며,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에 대해 갖는 열망, 사랑하는 이를 향하는 여자의 절절한 마음 등, 최고의 사랑이야기 작가로서 그는 이미 커다란 성공을 거두고 있음에도 그의 현실은 황폐한 사막이고 메마른 황무지입니다.
사랑에 빠진 인간의 마음을 어쩌면 그토록 절절하고 아름답게 쓸 수 있는 사람이면서도 그는 사랑은 고사하고 개 한 마리 키우지 못할 만큼 가족이든 이웃이든 심지어 자신의 정신과 상담 의사와도 거리를 두고 살아갑니다. 그는 극심한 강박 장애를 앓고 있는데, 청결이나 위생에 대한 강박, 특정 무늬에 대한 강박, 사람의 접촉을 거부하는 강박, 안전에 대한 강박 등등, 없는 강박을 고르는 것이 더 빠를 지경입니다. 그는 상상을 불허하는 독설, 주변에 대한 무관심, 동정심이나 배려가 없는 막말과 행동을 거듭합니다. 미움, 차별, 편견으로 가득한 그의 마음에서 자연스레 독설, 미움, 차별, 편견의 말들만 튀어나옵니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전혀 모르는 독자들을 제외하고는 멜빈은 주변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환영받거나 사랑받거나 관심을 받지 못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당사자 멜빈도 개의치 않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강박에 철저히 의지하면서. 그런 그에게 뜻밖의 인물이 뜻밖의 이유로 그를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그가 식사를 해결 하기 위해 늘 들리는 이웃 식당의 웨이트리스 캐럴. 덥석 멜빈의 허리를 붙잡으며 따뜻하고 살갑게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멜빈의 독사 같은 독설도 선을 넘는 무례함과 제멋대로의 행동도 어지간하면 참아주는 사람입니다. 그녀가 이런 사람인 것은 그녀에게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아팠던 아들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캐럴의 아들이 아프면 식당에 출근하지 못하고, 자신이 찾는 유일한 식당에서 캐럴의 음식 서빙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두려운 멜빈은 훌륭한 소아과 의사를 소개해주고 치료 비용도 대신 지불해 줍니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때에 자신이 원하는 웨이트리스로부터 서빙을 받기 위해서였을 뿐입니다. 실제 그 식당의 다른 모든 웨이트리스들이 멜빈에게 음식 서빙하기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멜빈 자신도 우연히 새로 온 웨이트리스의 서빙을 받았다가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해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절한 행동 하나로 인해 멜빈은 그 자신으로부터 구원받게 되고, 오래고 질긴 강박 증상들로부터도 구원됩니다. 캐롤을 마구 사랑하게 되어서, 또 캐롤의캐럴의 아들이 불쌍해서 했던 행동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캐럴의 사랑도 얻게 되었고 자신의 삶도 다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사랑하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멜빈의 강박 증상들은 자연스레 사라지는데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됩니다. 이런 일이 의학적으로 말이 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게 이 영화가 또 우리가 궁금해 할 부분도 아닐 겁니다. 멜빈도 스스로의 삶이 괜찮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자신의 성격이 그러하고 조용히 글을 쓰는 직업도 그러하고, 강박에 시달리다 보니 그렇게 살았을 뿐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나 잘난 맛에 살아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편으로 대개의 사람들이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방식대로 그저 살아갑니다. 그러는 와중에 사랑이 찾아 오면 그건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되고 많은 고통들이 사라지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하나의 원천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 그뿐일 것입니다. 영화 중간에 아주 짧게나마, 그의 강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사가 나옵니다. 멜빈의 아버지는 무려 11년간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살았던 문제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멜빈이 피아노를 칠 때 실수를 하면 나무자로 아들의 손가락을 때렸던 아버지였습니다. 그런 사람의 아들이니 주인공 멜빈이 다정하고 배려있고 웃음이 많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았겠다고 얼핏 짐작은 됩니다. 성인이 된 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문제들이 애초에 그들의 문제 부모로부터 발단되었다고 간단히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아, 그것이 원인이었겠다고 짐작이 되는 유일한 단초로 등장합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스럽게 하며 삶을 고난으로 만드는 것들의 대척점에 배려, 이해, 인내, 관대함이 있습니다. 증오, 혐오, 학대, 배척, 차별의 대척점에도 마찬가지로 돌봄, 소통, 확장, 사랑과 받아들임이 자리합니다. 어쩌면 멜빈의 강박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무의식의 벌은 아니었을까요? 자신의 성숙하지 못하고 옳지 못한 행동 양식에 대해서 무의식으로는 잘 알고 있기에 강박적인 여러 증상들로 도망을 가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등장인물
- 멜빈 유달(Melvin Udall, 잭 니콜슨) : 강박증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매우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이지만 캐롤로 인하여 점차 달라져갑니다.
- 캐럴 코넬리(Carol Connelly, 헬렌 헌트) : 뉴욕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로, 아픈 아들을 혼자 돌보는 싱글맘이며, 멜빈의 도움으로 아들을 치유하게 되고 원래 마음이 곱고 착한 성격의 여인입니다.
- 사이먼 비숍(Simon Bishop, 그렉 키니어) : 게이 화가이자 멜빈의 이웃으로, 강도를 당한 후 어쩔 수 없이 멜빈과 가까워지면서 캐럴, 멜빈과 함께 동행하는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킵니다.
- 프랭크 삭스(Frank Sachs, 쿠바 구딩 주니어) : 사이먼의 친구이자 아트 딜러로, 사이먼을 옆에서 돕는 인물입니다.
작품에 대한 평가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의 뛰어난 연기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스토리가 가진 유머와 감동 그리고 동시에 탄탄한 각본이 어우러지면서 영화가 그려내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스토리가 커다란 호평을 얻게 합니다. 한편으로는 등장하는 몇몇의 인물들에게서 지나치게 진부하고 뻔한 설정이 드러납니다.
주인공 멜빌 역시 지나치게 과장되고 드라마틱하게만 그려지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공히 수상한 것을 보면 호평 쪽이 훨씬 우세함을 알 수 있습니다.
[ 이전 글 보기 ] ‘세븐’ 7가지 치명적인 죄악과 연쇄 살인, 줄거리 및 작품 평가
‘세븐’ 인간의 7가지 치명적 죄악과 연쇄 살인, 줄거리 및 평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1995년 범죄 스릴러 영화 '세븐'은 충격적인 스토리와 강렬한 제작으로 많은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annecy123.com
'영화, 라이프, 건강,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후드' 현대 미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총망라한 이야기 (0) | 2025.02.03 |
---|---|
‘아마데우스’ 완벽하게 버무려진 음악 스토리, 등장인물 및 평가 (0) | 2025.02.02 |
‘세븐’ 인간의 7가지 치명적 죄악과 연쇄 살인, 줄거리 및 평가 (1) | 2025.01.31 |
'더 룸 넥스트 도어' 아름답기 그지없는 죽음에 대한 꿈, 줄거리 및 평가 (1) | 2025.01.30 |
'브로크백 마운틴' 사회적 편견으로 억압된 사랑, 인물 및 작품 평가 (2) | 2025.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