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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 건강, 삶

'베스트 오퍼' 믿고 싶었던 것에 대한 벌과 배신

by 킴젬프 2025. 3. 24.

영화의 주인공은 평생을  바쳐 한 길을 걸으면서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자기만의 비밀의 성을 견고하고 완전하게 쌓았다고 믿습니다. 그 성 안에서 오로지 혼자만의 행복으로 인생이  충만하고 완벽하다고 믿습니다. 우연히 찾아온 소중한 사랑을 그 성 안에 들여 놓고 함께 행복하려던 찰라에 그 성은 무너져버립니다.  

 

 

예술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주인공 버질 올드먼은 오래된 예술작품의 진위 분별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 덕분에 고미술 작품 업계의 존경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그 분야의 유명한 경매회사에서 매니징 디렉터로 일하고 있었고 영화 후반부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예술 작품 경매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버질은 개인적으로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어디서든 장갑을 벗지 못하는 강박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다소 괴팍하고 신경질적이며 어느 정도 안하무인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의 주변에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없었고 늘 식사도, 생일도 혼자서 보내지만, 본인 스스로는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한편으로 그는, 아름다운 여성을 그린 초상화들, 앞으로 그 가치가 훨씬 올라갈만한 값진 예술품 수준의 여성 초상화들만을 몰래 사들여 모아두고 있습니다. 자신이 진행하는 경매에 친구를 시켜 그 작품의 경매를 따내도록 하여 남몰래 그 값진 그림들을 가로채어 모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그림들을 자신의 집 안, 비밀 장소에 모아두고, 오로지 혼자 앉아서 그림들을 감상하며 그것으로 인생의 위로를, 인생의 의미로 삼으며 말입니다. 생활 속의 실제 여자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이나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여성을 그린 “그림”에는 평생 동안 집착합니다.  

그런 그가 비밀에 싸인 젊고 어여쁜 한 여인과 우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버질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하게 되지요. 이제 버질은 사랑하는 젊은 아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며 몰래 감추어 오던 자신의 비밀 갤러리를 보여 줍니다. 그러나 잠시 동안의 해외 출장 후에 집으로 돌아온 버질은 비밀 갤러리 속의 모든 그림들과 함께 사랑하는 아내가 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갤러리에서 자신을 대신해 경매에 참여해서 작품 빼돌리기를 해오던 오랜 친구 빌리도, 그리고 버질의 옆에서 연애 코칭을 해주던, 골동품 매장의 젊은 주인 로버트마저 모두 한꺼번에 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그들이 한 팀을 이루어 애초부터 버질의 비밀 컬렉션 속의 그림들을 빼돌릴 목적으로 한바탕의 사기극을 꾸며 왔음이 밝혀집니다. 평생 아무도 믿지 않으며 일생을 혼자 살아온 늘그막에,이토록 어이없이 당한 배신의 사기극 속에서 버질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알 수 없습니다.  

 

등장 인물 분석

 

  • 버질 올드맨 (제프리 러쉬) : 평생을 걸고 모아 왔던 비밀 갤러리 속의 수많은 그림들을, 열렬히 사랑하여 결혼한 젊은 아내의 사기극으로 단번에 모두 잃어버리고 마는 인물입니다. 뒤늦은 나이에 뜻밖에 찾아온 기적처럼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은, 그저 모두 한 편의 철저하고 완벽한 사기극이었을 뿐입니다. 그토록 오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도 이 번 사기판의 주역 중의 한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내밀하고 부끄러운 마음속의 사랑을 털어놓으며 연애 코치를 받았던 지인 또한 이 번 사기극의 커다란 한 기둥이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런 현실에 버질은 어떤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  클레어 입슨 ( 실비아 호옥스) : 광장공포증을 주장하며 어찌 보면 순진하기 그지없는 버질을 사랑으로 꼬여 결혼하는 데 성공합니다.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모든 것이 연출이었습니다. 버질이 집을 비운 사이에 그가 평생 모아 온 값비싼 그림 컬렉션을 한 번에 모두 털어내는데 가장 중요하고도 치명적인 역할을 합니다. 더 없이 젊고 아름다워서, 늙고 외로운 버질의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었지만 그 미모도 영혼도 그저 사기극으로서 빛나고 있습니다.
  •  빌리 위슬러 (도널드 서덜랜드) : 버질의 오랜 친구이며 이번 사기극에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며 친구 버질을 끝장 내려한 장본인입니다. 자신 역시 화가였기에 예술품에 대한 압도적인 안목을 갖고 있는 친구 버질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한 평가를 청하곤 합니다.  버질의 평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러나 버질은 예전에도 지금도 친구 빌리가 그린 그림의 예술성, 작품성에 대해서는 너무도 무자비한 평가를 해대곤 합니다. 친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친구가 받게 될 상처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입니다.  

 

작품에 대한 몇 가지 평가

'시네마 천국'의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영화 음악의 귀재 엔리오 모리코네의 합작품이니 무엇을 더 첨가할 것도 없습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나서도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합니다. 완벽에 가깝도록 잘 꾸며진, 흥미진진하게 2시간을 채우는, 한 편의 사기극이라는 평가도 하나의 작품평이 될 수 있습니다.  감탄과 감동을 연발케 하는 심리극으로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극본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훌륭한 스릴러라는 평가 역시 잘 들어맞는 작품 감상입니다.

그런데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고 곧 자리를 뜰 수가 없는 것이 영화 안에 깊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믿었던 것이 아니라, 믿고 싶었던 것에 대한 벌이 배신이다”, 죠지 오웰의 이 표현보다 더 쓰라리게 배신을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요?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랑으로부터의 배신, 오래 묵은 우정이 후려갈긴 배신, 철석 같은 신뢰에 대한 배신..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루었기 때문일 듯합니다.  그러면 배신당하는 쓰라림을 피하기 위해 애초부터 그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할까요? 영화 초반부의 버질처럼 말이지요.

사기도 배신도 늘 인류 역사에 함께 해왔습니다. 다만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면 그건 이미 우리 인류의 생존부터 불가하게 했을 것이므로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 필요하고 서로 믿어야 하고 또 의지해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스트 오퍼' 포스터
'베스트 오퍼'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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