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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답트 어 하이웨이' 21년 장기 재소자의 좌충우돌 육아기

by 킴젬프 2025. 2. 11.

20여 년의 감옥 생활 후에 주인공 러셀은 뜻밖으로 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되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질적이고 당황스러운 세상에 던져집니다.  러셀과 다를 바 없이 세상에 던져진 어린 한 생명과 러셀이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깊어집니다. 

 

스토리 전개

엄청난 중범죄는 아니나 가벼운 죄질이어도 비슷한 범죄를 세 차례 반복했던 탓에 러셀은 감옥에서 2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야 가석방이 됩니다. 폭력적이거나 무시무시한 범죄자이기는커녕 오히려 내성적이고 자신의 의사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위축되어 있는 상태의 러셀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사회에 무방비로 내던져지면서 여러 가지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이 뻔히 내다보입니다. 

우연히 발견한 갓난아기를 자신이 묵고 있는 싸구려 숙소로 데려와야 하는 상황에서도 대충 어떤 일이 앞으로 일어나겠구나, 짐작이 어렵지 않습니다. 육아는 고사하고 결혼을 해본 적도 없는 채로 2,30대의 나이를 모두 감옥에서 보냈던 러셀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칭얼거리는 어린 아기를 낡은 스웨트 셔츠의 품 안에 담아 안고서 러셀은 바닷가 벤치 위에 앉아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아름다운 시간을 보냅니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잠시 잠깐 그 누구라도 아기를 키우기에 반드시 풍부한 육아 경험이나 그럴듯한 환경이 갖추어져야만 되는 것은 아닐 수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육아 중 누구나 할 수 있는 소소한 실수로 아기가 머리를 다치게 되자 러셀은 아이를 경찰에 빼앗길 수도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병원에 데려갑니다. 출소 후 고작 단 며칠이었으나 그가 아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그리고 그가 실제로 극히 다정하고 상식적이며 정상적인 사람이었음이 드러납니다.

물론 경찰과 관련 공무원이 나타나 지체 없이 아이를 데리고 가버립니다. 경찰의 일상적인 배경 조사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서 러셀은 내내 눈물을 흘립니다. 아이를 잃게 되리라는 두려움... 탓인 듯 보이면서 동시에 출소 이후로 대략 그의 삶은 마치 바다 위에 떠도는 부유물처럼 그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고, 목적도 없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남들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음에도 오히려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자신처럼 엘라 역시 주변에 아무도 없는 채로 또다시 버려지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어쨌든 경찰의 개입으로 인해 러셀은 직장에서도 해고되고 가석방 상태에서의 러셀은 사는 곳을 떠나지 말라는 경찰의 경고를 무시한 채 장거리 여행 버스인 그레이 하운드에 몸을 싣고 캘리포니아를 떠납니다. 노란색 후드 속에 얼굴을 가리고서 어둠 속에 묻힌 채 혼자서. 부모님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 앞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아버지가 남긴 고가의 유물을 은행에서 찾고 나서 그는 다시 자신만의 여행을 떠납니다.  

 

영화 감상평, 이단 호크의 주연 & 연출 참여작

이단 호크가 프로듀서의 한 명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영화는 별다른 사건의 발생이나 영화상 있을 법한 어떤 극적인 전환점 등이 없이 조용하고 평이하게 흐릅니다. 가석방된 장기 재소자였던 주인공이 유기된 어린아이를 우연히 보게 되어 잠시 돌보다가 경찰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돌려주게 되는 부분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둔 따뜻한 손편지와 함께 뜻밖의 고액의 유산을 받게 되는 영화의 마무리 부분은 다소간 진부하게 여겨질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영화 내내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파워는 역시 이단 호크의 연기력입니다. 그가 어떤 식으로 영화가 끝이 나려나 하는 궁금증을 식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그의 연기력에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단 호크 이외에 손에 꼽을만한 비중이 있는 영화 출연진이 달리 없습니다. 오랫동안 사회와 단절되었다가 출소한 어느 장기 재소자가 희망을 잃지 않고 멀끔하게 다시 새 출발이 가능한 것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이 아니었더라면 그야말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영화 내내 잘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러셀도 또한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이 고액이 될 것이 뻔한 우표들을 잠시 돌보았던 아기 엘라가 18세 성인이 되면 찾을 수 있게 조처를 해두는 모습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합니다. 희망찬 재출발을 대를 이어 가능하게 해 줄 것이므로! 영화 ‘어답트 어 하이웨이’는 잔잔하게 흐르는 한 편의 휴먼 드라마로서 이단 호크의 연기력을 감상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어답트 어 하이웨이 포스터
어답트 어 하이웨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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