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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 건강, 삶

‘퍼펙트 월드’는 모두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by 킴젬프 2025. 4. 6.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그 영화의 제목은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소설가가 쓴 소설이든, 화가가 그린 그림이든, 예술가가 만든 예술작품이든.  아마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창조물에 이름을 붙이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공통된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제목에 자신의 창조물이 이야기하고 픈 것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담으려고 했을 것만 같습니다.  이번 영화, '퍼펙트 월드' 역시 그러한 감독의 뜻이 아주 잘 드러나고 있는 제목인 듯합니다.  

  

 배경 및 줄거리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초반 미국의 텍사스입니다. 중범죄로 감옥에 투옥된 로버트 부치는 동료 죄수 테리와 함께 탈옥에 성공합니다. 음식을 찾아 숨어든 한 가정집에서 의도치 않게 8살의 필립을 볼모로서 납치하여 함께 도망치게 됩니다. 그 도망길에서 부치는 어린 필립이 핼러윈도 크리스마스도 즐겨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랍니다. 필립의 이혼한 엄마가 여호와의 증인을 신봉하는 신자였던 탓입니다. 

사실 부치 자신도 의붓아버지 아래에서 학대당하며 건강한 어린 시절을 가져보지 못하고 자라 났고 그렇게 범죄자의 길로 들어섰던 차입니다. 부치는 필립이 어린아이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여러 가지 장난이나 놀이, 혹은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따위들을 할 수 있게 배려합니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러하듯 인생의 교훈 비슷한 이야기도 해줍니다. 겉에서 보면 전혀 알 수 없었으나 부치는 필립의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마치 친아들과 의미 있고 유익한 여행을 다니는 셈입니다. 

우연히 묵게 된 어느 집에서 부치는, 어린 손자를 이유 없이 때리고 학대하는 주인집 남자를 목격합니다. 부치가 그를 거의 초주검이 되도록 손을 보아주고 난 후, 총을 겨누며 다시는 어린 손자를 때리거나 학대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필립이 부치의 총으로 되려 부치를 쏘고는 놀라 도망칩니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필립은  넓은 들판 한 가운데 서있는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가 숨을 죽입니다.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린 부치는 필립이 숨어 있는 나무의 밑동에 기대어 앉아 필립에게 이야기합니다. '너는 옳은 일을 한 거야'라고..

같은 시각, 이들을 뒤 쫏는 텍사스 경찰의 눈에 부치는 감옥에서 탈주한 흉악한 범죄자일 뿐입니다. 게다가 고작 8살의 어린 인질까지 데리고 다니며 여기저기서 살인을 저지르는 잔악무도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부치의 탈주와 인질 유괴 사건은 곧바로 공개수사로 전환되었고, 온 나라에 부치의 얼굴과 도주 상황이 TV를 통해 낱낱이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끔찍하고 두려운 범죄 사건이 하루라도 빨리 깔끔하게 종결된다면 탈옥범을 살려서 잡든, 사살해서 잡든 별 문제될 것이 없는 듯한 분위기로 번져갑니다. 죽어가는 부치와 필립이 함께 있는 나무를 향해 저격수가 배치되고 상황은 긴장도를 높여갑니다.

한편 부치를 추적하여 온 경찰들 가운데, 텍사스 레인저의 팀장 레드는 부치와 이미 오래전에 관련된 적이 있습니다. 부치가 지금의 필립만큼의 어린아이였을 무렵에 저질렀던 절도죄와 관련해서, 판사에게 부치가 엄한 벌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아직 너무 어리니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든가, 소년원으로 보내 먼저 잘못을 반성하게 한다든가 하는 대신, 오히려 부치의 삶을 범죄자의 길로 인도했던 장본인이 바로 레드입니다. 아름답게 펼쳐진 들판 멀리 나무 기둥에 기대앉은 부치에게 이제라도 레드는 자신의 잘못을 비는 마음으로 그를 살려보고자 애쓰지만 눈앞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등장인물들

 

  • 로버트 부치 하인스 Haynes ( 케빈 코스트너 ) :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범법과 투옥으로 점철된 10대 20대 인생을 모두 감옥에서 보내온 인물입니다. 이제 그 끝에서 탈옥까지 저지른 부치는 어느 누구의 눈에도 흉악무도하고 끔찍한 범죄자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그의 마음 안에 숨겨진 따스하고 정의로우며 평화롭기까지 한 진심은 세상사람들의 눈에는 보일 수 없는 무엇입니다.  
  • 레드 가네트 ( 클린트 이스트우드 ) : 지금은 수 십 년 현장 수사 경험을 가진 경찰이지만, 레드는 부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을 범죄의 길로 몰아넣었던 과거가 있습니다. 죄지은 이들이라면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가혹하게 벌을 내림으로써 범죄를 줄이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때문입니다. 이제 노련하고 경험 많은 경찰로서 과거의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해 보지만 세상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입니다.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고 성급하고 무자비하게 해결책만을 원합니다.

  

작품 평가 및 흥행

이 영화는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총 40여 편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높게 작품성을 평가받는 영화는 아닙니다.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화로 꼽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퍼펙트 월드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가장 폭넓게,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사로잡는 휴먼 드라마로서는 그 의미가 있는 지대한 영화입니다.

범죄심리학자로 하여금 탈주한 범인의 심리를 파고들어 앞으로의 행동을 예견해 보도록 하는, 스릴이 넘치는 심리물 범죄 영화도 아닙니다. 미국 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훨씬 더 커다란 흥행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열연을 펼친 주인공 케빈 코스트너의 잔잔하고 조용한 눈빛 연기에는 깊은 설득력이 넘칩니다. 인류애랄까, 인간성에의 회복이랄까, 그런 것들이 그리울 때 찾아보면 아주 흡족하게 즐길 수 있는, 한 편의 아름답고 따뜻한 그런 영화입니다. 

'퍼펙트 월드' 포스터
'퍼펙트 월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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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스트 오퍼` - 믿고 싶었던 것에 대한 벌,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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